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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 로그 백업

절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아가씨!

 

 

TRPG <Quill> fan scenario

W. 보라 (@violetbora7)

플레이 타임: 2시간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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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거의 평생을 바쳐 모신 아가씨.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보낸 세월이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가씨가 내일이면 여기를 떠납니다. 복잡한 감정이 가득합니다. 지난 세월 동안 숨겼던 마음을 마지막에 마지막이 되어서야 겨우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 마음을 차마 말로 전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당신은 아가씨를 위해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모두가 잠들었을 밤, 남몰래 아가씨의 머리맡에 편지를 둘 계획입니다. 마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캐릭터

- 메이드(가신): 필체 나쁨 / 문장력 보통 / 감정 좋음

+ 기술: 화려함 (필체 판정에 주사위 +1)

 

서신 규칙

  • 당신은 아가씨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아가씨가 좋아할 법한 말도 잘 알고 있죠. 아가씨가 받았던 편지를 읽어주며 좋아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 문장력 판정에 주사위 +1
  • 여태까지 쌓아왔던 감정이 둑이 터진 듯 북받쳐 오릅니다. 감정 판정에 주사위 +1
  • 당신은 여태까지 편지를 써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아가씨가 읽어왔던 편지보다 삐뚤빼뚤한 글씨체일지도 모르겠어요. 필체 판정 시 주사위 중 가장 높게 나온 주사위를 다시 굴린 후 둘 중 낮은 결과를 사용합니다.

 

사전 설정

어릴 적부터 곁에서 모신 아가씨를 사랑하고야 만 메이드. 하지만 아가씨와 함께 떠날 시녀로 선택받지 못했다.

 

 

플레이

2021-09-13 미사여구 고상한 단어 천박한 단어 필체 점수
1문단   오랫동안 실패 -1점
2문단 지난 세월 동안   실패 3점
3문단 - 아가씨의 하인   성공 2점
4문단 저택   실패 (스킬 사용) 3점
5문단 - 은혜를 입었는데   실패 1점

 

 

편지


나의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먼저,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가 함께했던 그 오랫동안에도 용기 내지 못한 마음을 고백하고자 늦은 밤 편지를 씁니다.
말로 전할 용기도 없다는 것 알아요. 그렇지만 아가씨가 떠나는 것도 벌써 내일이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아가씨 곁에 제가 없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사무치도록 슬픕니다.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하소연하고야 마는 저를 용서하세요. 

아가씨와 함께 한지도 벌써 6년이 넘어가요. 함께하며 정답고 즐겁기만 했던 지난 세월 동안의 아가씨를 떠올릴 때면 아가씨 곁에 제가 있다는 게 당연하게만 느껴져요. 그런데 시녀장님이 말하기를, 저를 빼놓고 가셔야만 한다니요!

제가 그동안 부족하였나요? 저의 최선이 아가씨의 하인으로서 미달이었을까요? 아니면 혹시, 제 마음을 눈치채셨나요?
시녀라기엔 주제넘은 것은 단 하나라고, 아가씨를 향한 제 연정뿐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를 먼저 눈치채고 조용히 물리신 거였나요? 그렇다면 죄송해요. 죄송해요. 최선을 다했어요. 올바르지 못한 사감이 들어가지 않도록, 마음을 접자고 저를 꾸짖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었어요. 그럼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사랑을 차마 어찌할 수 없었어요. 지금 이 시간이 되어서야 이 감정의 주인은 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을 뿐이었는 걸요… …. 이건 도저히 제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고상하고 아름답지만 아가씨가 없는 이 널따란 저택에 저와 저의 제멋대로 날뛰기만 하는 이 마음만 남겨두고 떠나가지 마세요. 제발요. 아가씨 곁엔 제가 필요해요. 아니, 감히 제 곁에 아가씨가 필요해요. 짝 없이 남겨진 짐승도 제 빈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울며 주변을 맴돈다는데 저는 그것조차 못하게 되었는걸요. 이런 절 가엾이 여겨주세요, 제발. 아가씨…. (곳곳에 눈물자국이 남아있다.)
사랑해요. 아가씨를 사랑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적다 보니 비루한 속마음만 자랑하게 되었지만, 사실 안 될 것을 알아요. 그렇지만 기억해 주세요. 이런 저라도 기억해 주세요… ….


가문의 식솔로 일하며 아가씨께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이렇게밖에 돌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동안이 거짓이었던 게 아니랍니다. 그 중 소량만 떼어내어 아가씨께 보여드렸을 뿐이에요. 제가 못미더우시더라도 제 마음만은 하찮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부디 그 어여쁜 마음으로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가엾게라도 여겨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아가씨의 웃음과 행복, 그리고 동정까지도 절 살게 해요. 좋은 시녀로 남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저어될까 두려워요. 하지만 순수한 진심을 전하고 싶었으니 이 편지를 구기지 않을 거예요.
사랑해요, 언제 멈출 수 있을지 모르는 이 마음의 끝에 오직 아가씨만은 행복하게 남기를 바라며. 부족한 연서를 마칩니다.

 

 

결과

아침이 되어 아가씨에게 찾아갑니다. 아가씨는 당신의 두 손을 맞잡습니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아가씨는 떠날 때 당신도 데려가겠다고 말합니다. 비록 저택을 떠나야 하지만, 그래도 아가씨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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