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Quill> fan scenario
W. 점장(@Ux5922)
*라이터님 추천 BGM: https://youtu.be/lhZHoaDJGTA
배경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은 이번 임무에서 사경을 해메이고 있습니다.
혹한을 닮은 추위는 생명에게 관대하지 않았고, 마치 괴물과 같은 생명체들은 그 힘이 압도적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외면했고, 가파른 설산에는 변변찮은 식사거리조차 없습니다. 당장 오늘내일 숨이 끊어진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변방에서, 당신은 쓸쓸히 죽어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고통은 당신이 각오한 일이 아닙니까.
지켜야 할 사람들 대신 추위와 맞서기를 자처하고,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기로 하셨잖습니까. 당신에게 부여된 임무는 마쳤지만, 현재 상황은 레인저인 당신에게마저 가혹한 조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또 다른 임무. 무사히 복귀하기로 한 약속은, 아무래도 지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캐릭터
- 레인저: 위험 지대를 순찰하며, 위협을 조기에 감지하여 본대에 알리는 역할을 맡은 자. 가장 위험한 경계를 감시하며 너른 곳을 홀로 떠돌아다니는 관리자.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되 결코 헤매이지 않는 방랑자.
- 작은 아이의 쉼터: 필체 나쁨 / 문장력 보통 / 감정 좋음
당신, 그러고 보니 그 사람에게 인사는 전하고 왔나요?
아마도 어린아이일 당신의 피보호자는, 당신의 소식을 기다릴 것입니다. 자신 없이 남겨진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생각하자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서신 규칙
- 필체 판정 주사위값 -1
- 감정 판정에 주사위값 +1
- 고상한 단어는 정제된 단어로, 천박한 단어는 감정적인 단어로 대체합니다.
사전 설정
양아들 또는 딸, 제이미(애칭)를 키우는 30대 레인저
플레이
2021-02-14 | 미사여구 | 정제된 단어 | 감정적인 단어 | 필체 | 점수 |
1문단 | 有 | 얼어붙은 땅 | 실패 | -1점 | |
2문단 | 有 | 최선을 다해서 | 실패 | 2점 | |
3문단 | 有 | 괴물, 존재 | 실패 | 2점 | |
4문단 | 無 | 돌아오지 않는다면 | 실패 | 1점 | |
5문단 | 有 | 부디, 제발 | 실패 | -1점 |
편지
제이미, 이 편지가 네게 닿았으면 싶다가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게도 되는구나. 그건 내가 살아돌아갔음을 뜻하거나, 또는 이 편지를 보고 눈물 흘릴 너의 순간을 줄여줄 수도 있으니. 새하얗게 얼어붙은 이 땅은 생각보다 내게 가혹하더군. 너는 평생 몰랐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야. 쓰고 있을 시간에 좀 더 움직이는 게 좋을 테지만 기회가 지금뿐인 건 이것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원망 말렴. 떠나는 길에 아무 말 없는 보호자가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단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군.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서 네 옆으로 돌아갈게. 그땐 이 편지를 버리지 말고 몸이 힘겨워 청승을 떨었다며 네게 보여줘도 되겠다. 보고 비웃지나 말렴. 나는 임무를 성공했어. 임무가 아주 어렵단 건 너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성공했단다. 자랑스러워해도 돼. 그리고 느낀 점은 네가 위험 지대는 절대 오지 말았으면 한다는 거야. 그 존재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끔찍하게 진화했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지. 네 꿈이 레인저인 건 자랑스럽다만, 정규 훈련을 마치고 임무를 받기 전까진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네가 호기를 자랑하겠답시고 사지에 뛰어드는 멍청이는 아니길 바란다. 이런. 암튼 네가 걱정된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 난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 하나 봐. 바람이 마을 방향으로 불고 있어. 걷다 보면 꼭 내 등을 밀어주는 것만 같아. 많이 힘들진 않다는 말이야. 작용, 반작용... 뭐 그런 거 있잖아. 생환을 응원해 주는 것 같기도 해. 세기를 보아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아. 만약 내 예상이 틀렸다면.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마구 그어 지워진 자국) 건넛집 클레인을 찾아가. 그가 잘 챙겨줄 거야. 너무 능숙해 보여도 당황하지 말고 그를 믿어. 나를 믿었듯이 말이야. 이런 편지라 미안해.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는 멋들어진 편지를 남기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 갈 길이 멀어서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아. 제이미, 슬픔을 품지 말렴. 눈물을 흘리냐 마느냐는 그 증거가 되지 못해. 누가 뭐라 하든 네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히 소화하길 바란다. 언제나 바라건대 부디 내게 얽매이지 말고 건강하게 생을 보내렴. 어느 곳에서든 널 사랑한단다. |
결과
날 것의 감정과 덧없는 삶, 그리고 절망을 담은 편지가 완성되었습니다.
당신의 편지가 누구에게도 닿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여기에 당신을 탓할 사람은 누구도 없고, 당신의 불명예로 남겨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눈 앞이 서서히 흐려지고, 지독한 졸음이 몰려오네요. 이만 편안한 잠에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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